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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같은 부, 그 흐름을 읽는 자 본문

명상&쉼터/나의일기2

강물 같은 부, 그 흐름을 읽는 자

찐박사 2025. 3. 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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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같은 부, 그 흐름을 읽는 자

 

돈은 강물과 같다. 제멋대로 흐르는 듯 보이지만 언제나 낮은 곳으로, 기회의 틈새로 스며들며 자신의 길을 만든다. 백만장자들은 이 흐름을 읽는 법을 아는 이들이다. 그들에게 부는 우연이 아니라 철학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 각인된 지도다.

 

어린 시절, 나는 할아버지의 서재에서 낡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표지가 떨어져 나간 그 책에는 19세기 산업혁명 시절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의 이야기가 희미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페이지를 넘기며 나는 그들이 남긴 말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부는 손바닥 위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세상의 숨겨진 울림을 듣는 자만이 그 소리에 발을 맞출 수 있다.”

 

첫 번째 울림은 ‘시간의 무게’였다. 어느 투자자의 일기장에는 복리(複利)에 대한 신비로운 기록이 남아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 창가에 앉아 커피 잔을 들고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오늘 심은 나무는 백 년 후 그늘을 드리우리라.” 작은 이자가 이자를 낳는 과정을 그는 자연의 성장 법칙으로 여겼다. 백만장자들에게 시간은 적이 아니라 동맹이다. 그들은 모래시계의 모래 한 알 한 알이 쌓여 언덕이 되는 것을 믿으며, 인내로 지루함을 잠식한다.

 

한 기술 스타트업의 창립자는 10년 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분야를 파고들어 눈덩이처럼 불어난 주식을 손에 쥐었고, 한 편집자는 매일 2시간씩 20년을 투자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출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들에게 부는 ‘기다림의 미학’이었다.

 

두 번째 울림은 ‘틈새의 공명(共鳴)’이었다. 1980년대, 한 청년은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허리를 구부려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의자 대신 허리를 펴게 할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몇 년 후 높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이 사무실 문화를 바꿔놓았다. 백만장자들은 세상의 불편함을 향수처럼 품는다. 어린 아이가 모래밭에 쓰러진 돌을 보고 “저게 왜 거기에 있을까?” 묻듯, 그들은 당연시되는 것들에 질문을 던진다.

 

한 유통업자는 전쟁 직후 폐허가 된 도시에서 쇠붙이 조각을 주워 모아 예술품으로 만들었고, 한 프로그래머는 밤새 웹서핑을 하던 중 광고의 과잉을 견디지 못해 차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틈새는 결코 크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에 손가락을 걸면 예상치 못한 문이 열린다.

 

세 번째 울림은 ‘실패의 중첩’이었다. 한 생물학자는 실험실 벽에 낙서처럼 글을 적어놓았다. “벌레가 되지 못한 번데기는 나비가 될 수 없다.” 백만장자들의 발자취에는 수많은 골목길의 흙이 묻어 있다. 어느 반도체 회사의 창업자는 327번의 시도 끝에 328번째 칩이 세상을 바꿨다고 고백했고, 한 소설가는 출판사 문을 40번 닫힌 뒤 41번째 방문에서 베스트셀러 계약을 따냈다. 그들에게 실패는 이력서의 오점이 아니라 근육의 상처다. 상처만이 더 강한 힘을 키우는 법을 그들은 안다.

 

그러나 이 모든 울림 위에 그들이 건설한 탑의 초석은 ‘가치의 유통’이었다. 록펠러는 석유를 팔지 않고 에너지 시대의 문을 열었고,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손안의 우주를 판매했다. 백만장자들의 돈은 결코 정체하지 않는다. 사회의 모세혈관처럼 흐르며 영양분을 공급하는 동시에 노폐물을 씻어낸다. 한 사회적 기업가는 빈민가에 예술 학교를 세워 아이들의 꿈을 팔았고, 한 투자가는 망해가는 공장을 인수해 직원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며 되살려냈다. 그들에게 부는 단순한 숫자의 증가가 아니라 에너지의 변환이다.

 

어느 날, 나는 그 할아버지의 책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문장을 이해하게 되었다. “강은 흘러가지만 강바닥은 남는다.” 백만장자들이 남긴 유산은 돈이 아니라 강바닥을 읽는 법이다. 눈에 보이는 부는 어쩌면 그들이 세상에 건네는 편지의 봉투에 불과할지 모른다. 진짜 내용물은 시간을 농작물처럼 가꾸는 인내, 틈새를 사랑하는 눈길,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 심장, 그리고 부를 물이 아니라 피로 순환시키는 철학이다.

 

누군가 물을지 모른다. “그래서 어떻게 부자가 되는가?” 나는 할아버지의 책을 덮으며 문득 스스로에게 답한다. “강물이 되어보라. 흐르는 법을 배우되, 바닥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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