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4. 22:35ㆍ명상&쉼터/브런치스토리
오늘 문득,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특별히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기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 평범한 하루인데도,
마음은 텅 빈 듯한 기분이 든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이상했다.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은 여느 때처럼 밝았고,
커피 머신에서 풍겨오는 향도 익숙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어딘가 멀게 느껴졌다.
마치 내가 이 공간에 있지만,
동시에 이 공간에 속하지 않는 듯한 묘한 기분이었다.
일상은 늘 그렇듯 흘러갔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며
나도 모르게 그들 속에 섞여들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혼자라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다.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며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었지만,
모든 말들이 공중에서 휘발되는 듯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도,
웃음소리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닿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손을 꼭 잡은 연인과 함께 걷고 있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친구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저 사람들도 가끔은 내게 찾아온 이 공허함을 느낄까?
아니면 그들은 저 순간만큼은 온전히 충만함을 느끼고 있는 걸까?

공허함이라는 감정은 참 묘하다.
그것은 슬픔이나 외로움과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지만,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마치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안개처럼,
그 정체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일부러 한 정거장 먼저 내려 천천히 걸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길게 드리워진 나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공허함도 결국 지나갈 것이다.
마치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처럼,
이 감정도 언젠가는 사라지고 다시 평온한 일상이 찾아올 것이다.
어쩌면 공허함도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주는 감정일지도.
집에 도착해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 하나 없는 하늘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묘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공허함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억지로 밀어내려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오늘 하루는 이렇게 공허한 날이었다고,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속삭였다. "괜찮아, 내일은 조금 더 괜찮을 거야."

'명상&쉼터 > 브런치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배우 김새론의 죽음을 보며 (2) | 2025.03.14 |
---|---|
그녀의 빈 자리 (3) | 2025.03.12 |
흙을 뚫고 올라오는 빛 (0) | 2025.03.07 |
강물 같은 부, 그 흐름을 읽는 자 (3) | 2025.03.06 |
밤이 지나면 아침은 오는데 (0) | 2025.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