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31. 18:00ㆍ명상&쉼터/그림쉼터
프리다 칼로,
아픔도 나의 일부임을, 끝내 외면할 수 없었다.
부러진 기둥 위에 서서
누군가는 상처를 감추려 옷을 입고,
누군가는 아픔을 잊으려 웃음을 입는다.
하지만 프리다 칼로는 달랐다.
그녀는 아픔을 드러냈고, 고통을 응시했고,
부러진 척추를 정면에서 마주했다.
그리고 붓을 들어, 그 고통을 하나의 초상으로 남겼다.
그것이 바로 *‘부러진 기둥’*이다.

그림 속 그녀는 반쯤 벌거벗은 채 정면을 바라본다.
몸은 쪼개졌고, 뼈 대신 거친 기둥이 솟아 있다.
기둥은 금이 가 있고, 금속 코르셋이 그 부서진 몸을 간신히 붙잡고 있다.
몸 전체엔 못이 박혀 있다.
그 못 들은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삶 전체를 관통한 절망과 분투의 증표다.
프리다에게 그림은 고통의 탈출구가 아니었다.
오히려 고통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는 통로였다.
그녀는 말했다.
“나는 나를 그린다.
왜냐하면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가장 잘 아는 것은 고통이었다.
열여덟, 버스 사고로 산산이 부서진 뼈.
평생 이어진 수술과 침대에 묶인 시간들.
육체의 파열은 그녀의 세계를 찢었고,
그 틈 사이로 그녀는 붓을 들고 자신을 꿰맸다.
그림 속 프리다는 울고 있지만 눈물은 없다.
표정은 담담하고,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그것이 더 아프다.
울지 않는 고통, 말 없는 절규.
그녀는 아픔을 감추지 않았고,
끝내 외면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살아가며 종종 아픔을 부끄러워한다.
보여주면 약해 보일까 두렵고,
그것마저 나인 줄 인정하기 싫어 도망친다.
그러나 프리다는 말한다.
“아픔도 나의 일부였다.”
“나는 그 고통 위에 서서 나를 다시 그렸다.”
‘부러진 기둥’은 그녀의 자화상이자,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균열을 비추는 거울이다.
삶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무엇으로 다시 버티고 설 수 있을까.
그 질문 앞에서 프리다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부서진 몸으로 말한다.
“무너졌지만, 나는 여전히 나다.”
오늘, 나 또한 조용히 내 안의 기둥을 들여다본다.
그 기둥이 금이 가 있어도,
못이 박혀 있어도,
그 위에 내가 살아 있음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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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1악장
https://youtu.be/UgQarIwXVEA?si=NLPVdvoyB6qhMp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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