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아들

2025. 5. 30. 17:57명상&쉼터/그림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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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속의 진짜 얼굴은 어디에 있는가.     

가면 속의 진짜 얼굴     

그는 중절모를 쓰고 서 있다.

단정한 양복 차림, 정면을 응시하는 듯한 자세.

하지만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 떠 있는 것은 하나의 사과.

 

인간의 아들, 르네 마그리트, 1964

 

 

르네 마그리트의 ‘인간의 아들’은

가장 일상적인 모습 속에 가장 기묘한 질문을 던진다.

“가면 속의 진짜 얼굴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그의 얼굴을 보고 싶다.

눈빛, 표정, 주름, 그 모든 것을 통해 진짜를 확인하고 싶다.

하지만 마그리트는 그것을 가린다.

의도적으로, 도발적으로, 그리고 아주 조용히.     

 

그림은 외친다.

“너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볼 때, 정말 무엇을 보는가?”

“너는 스스로를 들여다볼 때, 진짜 너를 마주하나?”     

 

그 사과는 무엇일까.

에덴동산에서 아담이 손댄 금단의 열매일까.

문명의 상징, 유혹, 혹은 숨기고 싶은 내면의 대리물일까.

그건 어쩌면 인간이 세상 앞에 내세운 수많은 ‘가면’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속으로는 질문을 삼키고, 슬픔을 숨기고 살아가는 모습.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자였지만,

그의 그림은 너무도 현실적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이런 가면을 쓰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회사의 얼굴, 가족의 얼굴, 연인의 얼굴, 친구의 얼굴.

하지만 그 안에 숨은 진짜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인간의 아들’은 우리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보게 만든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가면은 무엇인지,

내가 감추고 있는 진짜 얼굴은 어디쯤 숨어 있는지.     

 

어쩌면, 얼굴을 가린 사과는 우리를 보호해 주는 방패이기도 하다.

모든 진실이 드러날 필요는 없기에,

모든 감정이 노출되어야만 진심인 건 아니기에.

그러나 가끔은 그 방패 너머를 보고 싶어진다.

누군가의 진짜 눈빛, 나의 진짜 얼굴.     

마그리트는 우리에게 묻는다.

 

 

연인들-르네 마그리트, 1928

 

 

“사람이란 무엇으로 증명되는가? 

얼굴인가, 마음인가, 혹은 그 둘 사이의 거리인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시대.

우리는 이 그림 앞에서 한 걸음 멈춘다.

 

그리고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가.”

 

 

 

피레네산맥의 성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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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1악장

https://youtu.be/k_3YJYa-Ydg?si=pvaGw-cWp2vkpa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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