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1. 20:35ㆍ명상&쉼터/브런치스토리
되돌아오는 칼날
어느 날 가까이 지내는 한 심리상담소 소장이 한 가정에 상담사례를 얘기해 주었다.
중2 여자아이가 심하게 대든다고 걱정이라며. 그래서 다음 날 아이를 데리고 오라고 해서 상담을 하였는데
아이는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고 한다.
"옆집 아이는 공부도 잘하는데 말이야. 너는 왜 그 모양이냐?"
그 한마디가 엄마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숨이 막히고 죽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사이에 어린 마음속엔 어느새 질문이 자라난다고 한다.
"우리 부모는 옆집 부모보다 돈도 잘 못 벌면서? 나한테 잘해 주지도 못하면서..."
이렇듯 비교의 칼날은 베는 순간 자신의 손도 할퀴는 법이다.
거울 속의 전쟁
고등학교 때 친구가 털어놓은 고민이 기억난다.
"아버지가 S대 가라고 할 때 마다 왜 아버지는 S대를 나오지 않았지?"
부모가 자녀를 저울에 올리는 순간, 아이들 머릿속에도 보이지 않는 저울추가 놓이게 된다. 통계에 따르면 비교하는 환경에서 자란 청소년의 68%가 부모의 경제력·사회적 지위를 의식적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어린시절 명절 때 이모가 터뜨린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 같다.
"너희 엄마는 대학 나왔으면서 왜 그것도 모르냐?"
그날 저녁, 사촌동생이 이모에게 물었다.
"이모는 대학 갔는데 엄마는 왜 안 갔어?"
비교의 씨앗은 뿌린 이의 밭에서도 악플처럼 자라난다.
굴레를 끊는 법
심리학자 앨리슨 고프의 연구가 흥미롭다. '비교당한 경험이 많은 아이일수록 노년기 부모를 돌볼 때 조건을 따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마치 어린 시절 받은 상처를 은행에 적금처럼 모아, 훗날 이자를 붙여 되돌려주는 것과 같다.
우리 가족의 전환점이 온 것은 아들이 초등학교 때한 질문 때문 이었다.
"아빠는 왜 영준이 아빠처럼 차 안 사요?"
저는 당황스러웠지만 뜻밖에 답을 건넸다.
"너는 네 친구 아빠랑 나를 비교하니?
그럼 나도 너를 다른 아이랑 비교해도 될까?"
아들은 바로 고개를 저었죠. 그날 우리는 서약했습니다. '상대적 지위' 대신 '절대적 가치'를 말하기로.
무게추를 내려놓는 용기
아버지 살아 생전에 종종 '의사 된 친구 아들' 얘기를 하시더군요. 어느 날 나는 '그 아드님은 저처럼 된장찌개를 끓여드리나요?'라고 되물었다.
사람은 지위나 자격보단 진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비교는 찬란한 불꽃처럼 순간적 우위를 주지만,
그 재는 결국 모두의 눈을 뿌옇게 만듭니다. 타인의 눈금으로 자신을 재단할 때, 우리는 스스로 저울의 포로가 되어버린다.
진정한 자유는 '더 나은 삶'이 아니라 '다른 삶'을 인정할 때 찾아온다고 믿는다.
이제 우리 집에서는 연봉보단 직장에서의 만족감을, 아내의 전시회에서 작품을 얼마나 팔았느냐 보다는 새로 전시한 작품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눈다. 아직도 내 책상 위에는 "비교는 내 안의 해를 가리는 일식이다."라고 적어 놓고 있다.
서로의 빛을 가리지 않는 법, 그 단순하지만 어려운 약속이 우리를 진정한 가족으로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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