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순간
햇살이 창가에 기대어 책장을 넘기던 어느 가을 아침,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렇게 평온한 순간이 행복일까?” 어린 시절 할머니의 품에서 맛본 따뜻한 호박죽, 첫사랑과 나눈 수줍은 미소,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 손끝으로 전해진 작은 체온……. 그 모든 순간들은 분명 ‘행복’이라 불릴 만했으나, 어느새 그 감각들은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행복은 왜 이렇게 덧없이 스쳐 지나갈까. 행복은 유리구슬처럼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행복을 쫓는다. 어린아이는 장난감 하나에 눈을 빛내고, 청년은 꿈을 이루려 발버둥치며, 노인은 건강한 아침을 소망한다. 그러나 정작 원하는 것을 얻으면 새로운 욕망이 꼬리를 문다. 마치 유리구슬을 손에 쥐었을 때 반짝이는 빛에 홀리지만, 막상 쥐어보면 차갑고 매끄러운 질감만이 남..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