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과 직업의 사이

2025. 5. 15. 07:27비지니스/직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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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돌아가도 괜찮습니다."

 

어릴 적 나는 종이 위에 직업을 적으며 꿈을 키웠다. 

"정치인, 우주과학자, 선생님..."라고 썼지만 

그 단어들은 나이와 함께 변해 갔다.  

  

나에게 직업이란 적성과는 무관했다.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다니는 공장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자

치열한 시간들을 보냈다.

 

 

대기업 신입사원을 시작으로, 

방송국, 금융회사, 국회, 해외 주재원, 대학 겸임교수,

공공기관 기관장, 지자체 공무원 등 

그리고 2번의 창업...

 

내가 봐도 믿을 수 없는 경력이다. 

그래도 내 것을 찾기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몸부림쳤는지 위로해 주고 싶다.

 

  

적성은 흙속의 씨앗처럼 조금씩 드러난다  

   

적성은 미리 박제된 유전자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맨발로 모래밭을 걸을 때 발바닥에 전해지는 감각처럼 

경험을 통해 깨닫는 것이다. 

 

한 학생이 "저는 적성이 없어요"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묻는다.      

"당신은 어떤 일에 잠시 잊고 시간을 보낼 수 있나요?"      

적성의 첫 번째 실마리는 그곳에 있다. 

 

책을 읽다 해가 지는 줄 모르는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에너지가 샘솟는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 때 행복의 소리가 들려오는가? 

 

그런 순간들을 메모해 보라. 

얼마 뒤 펼쳐보면 패턴이 보일 것이다.     

심리검사나 MBTI는 나침반이지 지도가 아니다. 

자신을 'ISTJ'로 분류했다고 해서 회계사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원래 권투선수였고,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바를 운영했다. 

그들은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자신의 그림자를 따라간 것이다. 

 

인턴십, 봉사활동, 아르바이트는 미니어처 인생이다. 

커피숍에서 일주일 일해보면 서비스업의 맥박을 느낄 수 있고, 

출판사 인턴은 편집자의 하루를 축소판으로 체험할 수 있다.

 

     

잘못된 선택은 실패가 아니라 신호등이다    

 

잘못된 선택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타인의 목소리를 너무 크게 듣는 경우다. 

부모님이 "공무원이 안정적이야"라고 말할 때 

그 '안정'이, 

나에게는 오히려 족쇄가 될 수 있다.      

 

둘째는 현실 도피를 위한 선택이다. 

"아무 데나 좋으니 빨리 취직하고 싶어"라는 생각은 불타는 들판에서 

허우적대는 사람이 아무 우물에나 뛰어드는 것과 같다.     

하지만 잘못된 길도 의미가 있다. 

 

20대 초반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친구는 매일 화면 앞에서 

허리를 구부리다가 어느 날 유리병에 물을 채우는 자신을 발견했다. 

물의 무게, 빛의 각도, 손의 떨림 – 그는 지금 유리공예가로 살고 있다. 

프로그래밍 경력은 버린 게 아니라, 

그 속에서 발견한 디자인 감각이 지금의 작업에 살아있다.

 

    

방향을 바꾸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지도의 확장이다  

   

첫 직장을 그만둔 친구가 심각하게 말했다. 

"난 이제 망했어." 

하지만 1년 후 그가 보낸 소식엔 반전이 있었다. 

카페에서 일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니 작가의 꿈이 생겼다고 했다. 

 

직업 여정은 레고 블록 쌓기가 아니다. 

한 번 잘못 놓으면 무너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조각을 모아 새로운 형태를 만들 수 있다. 

    

30대에 대학에 간 중학교 동창이 있다. 

기계공장에서 10년 일한 그는, 

"내 손이 철가루보다 종이를 더 좋아한다는 걸 늦게 알았어"라고 말했다. 

지금은 그림책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의 작업실 벽에는 공장 시절 스케치북이 진열되어 있다. 

꼬박꼬박 채운 도면들이 지금의 상상력 밑거름이 되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은 글을 못 읽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지 못하고, 

배운 것을 잊고, 

다시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요리사에서 UX 디자이너로 전환한 지인은 매일 새벽 5시에 코딩을 배웠다.      

"프라이팬 잡던 손이 이제 터치패드를 만지지만, 

손놀림의 정확성은 요리사 시절이 도움이 되더라"라고 했다.

 

 

인생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시리즈물이다     

 

어느 노교수님의 말이 떠오른다. 

 

"내 인생을 뒤돌아보니 실패라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이정표였다." 

직업 선택이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개그맨에서 부동산 전문가로,

야구선수에서 사업가로,

오케스트라 지휘자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서사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의 바람을 새롭게 펼친 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에게 조용한 용기를 심어준다.

     

지금 적성 고민과 직업 선택을 앞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의 첫 번째 선택이 영원한 답이 아니어도 좋다. 

다만 선택의 이유가 두려움에서 비롯되지 않았기를."  

    

"돌아가는 길에서 발견한 풍경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직업이란 결국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방식 중 하나일 뿐, 

그 길을 걸으며 성장하는 모습 자체가 가장 값진 선물이 될 테니까.

 

 

다음편 글은 아래 링크로 오세요^^

https://brunch.co.kr/brunchbook/jamesan2020

 

[브런치북] 좌충우돌 회사생활 1

첫 발걸음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시작됩니다. ‘좋은 직장’이란 기준 속에서 나만의 길을 찾는 부담, 업무와 인간관계의 갈등, 이직의 기로에서 흔들리는 마음. 회사 생활은 완벽한 답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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