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는 시들지 않는다

2025. 4. 19. 09:17명상&쉼터/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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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 나는 세상을 바꿀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교과서 속 위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나도 역사에 이름을 새기리라 믿었다. 꿈은 하늘을 찌를 듯 컸다.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연설을 연습했고, 친구들에게 내가 나라를 이끌면이라며 당차게 얘기하던 그 시절. 꿈은 눈부신 태양처럼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대학 졸업이 가까이 오자 꿈은 초라한 모습으로 줄어들었다. ‘좋은 직장이라는 단어가 삶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대학 도서관에서 새벽까지 공부하며 쓴 수십 장의 이력서, 끝없는 면접 준비. 꿈은 이제 안정이라는 이름의 그늘 아래 앉아 있었다.

 

아이가 생기자 꿈은 한 평의 공간이 되었다. 좁은 전세방 창가에 앉아 아내와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하는 상상을 했다. 단 한 번도 내 것이 아닌 공간에서 눈치 보지 않는, 창문마다 따사한 햇빛이 스미는 집. ‘근사한 아파트는 성공의 상징이자 나를 증명하는 척도처럼 여겨졌다. 매달 대출 이자를 계산할 때마다 꿈은 조금씩 무게를 더해갔지만, 그 무게가 오히려 안도감이었다.

 

마흔 살, 어릴 적 꿈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내놓으라는 좋은 직장을 뿌리치고 다른 길로 들어 섰다. ‘더 나이 먹으면 꿈은 실현하기 힘들다. 실패를 해도 더 젊었을 때 하자!’ 스스로를 위로 했지만, 그 뒤에 가려진 두려움은 달래기 어려웠다. 우리 사회는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전이 어렵다.

 

쉰 살, 꿈은 다시 소박해졌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은행 문자 알림이 심장을 쥐어짜도, “적어도 먹고 사는 데는 부족함이 없게라는 간절함만 남았다. 자식들의 등록금, 부모님 병원비, 관리비 고지서삶은 숫자와의 싸움이 되었고, 꿈은 그 싸움에서 지지 않으리라는 다짐으로 변했다.

 

지금, 나의 꿈은 한 줄기 바람처럼 잔잔하다.

건강하게 살아가자. 나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자식들과 후배들에게 남겨주자.” 아침마다 복용하는 약봉지에 새겨진 시간 속에서도 가끔은 창밖을 바라보며 옛날의 그 태양을 떠 올린다.

 

꿈은 왜 이리도 초라해지는 걸까. 세월이 흐르며 꿈의 크기는 줄었지만, 그 속엔 삶의 무게를 견뎌내기 위한 몸부림이 서려 있다. 어쩌면 꿈은 결코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다. 거친 바람에 줄기는 구부러져도 뿌리는 더 깊게 내리듯, 우리는 각자의 시절에 맞춰 꿈의 형태를 바꿔왔을 뿐이다.

 

그래도 이렇게 말해보자. 꿈을 접는 순간, 인간은 늙는다고. 비록 지금의 꿈이 예전만큼 화려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작은 희망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소박함 속에서도 꿈꾸는 마음만은 당차게 키워가리라. 어둠이 깊을수록 별빛은 선명해지듯, 삶이 추울수록 꿈의 온기는 빛난다.

 

꿈은 크기보다 존재가 중요하다.

시든 듯 보여도 그 뿌리에 생명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라도 다시 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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