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브런치 북을 발간하면서
첫 문장을 적던 날, 창밖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키보드 위에 놓인 손가락이 떨렸다. 박사 논문을 쓸 때보다 더 어려웠다. 논리는 차갑게 정리할 수 있지만, 삶의 파편들은 따뜻한 체온을 묻어야 했다. 그리하여 오늘, 나는 브런치 북 한 권을 세상에 내놓는다. 종이보다 가벼운 디지털 페이지 위에, 내 인생의 흔적을 실어 보낸다. 대기업 사무실의 형광등은 영원히 깨어 있는 것만 같았다. 서른 살의 나는 넥타이를 조이며 서류 더미와 싸웠다. ‘성공’이란 단어가 유리창 너머로 반짝이던 시절. 하지만 창밖 빌딩 숲보다 더 복잡한 것은 사람이었음을 깨달았다. 동료의 웃음 속에 숨은 경쟁, 상사의 잔소리 뒤에 감춰진 두려움. 어느 날 문득 물었다. “이 회색 빛이 ..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