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어린 시절, 나는 교과서에 실린 정의로운 영웅들의 이야기를 믿었다. 부패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검사, 약자를 위해 목숨을 걸고 소리치는 변호사, 공정함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딸에게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선생님. 그런 세상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깨달은 것은 교과서의 글자들이 현실의 그림자에 가려 번져 흐릿해진 낙서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제일 좋은 드라마의 소재는 가장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 버렸다. 거울에 비친 가면들 친구를 배신하고 사기로 재산을 쌓은 그는 이제 고급 주차장에 외제차를 세운다. 어둠 속에서 손가락질받던 그가 햇빛 아래서는 사회적 지위로 포장되어 웃음을 팔고 있다. 옛 동료들은 입을 모아 “세상이 원래 그래”라며 그의 성공을 부러워한다. 국회 인사 청문..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