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계절
가을이 깊어갈수록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사귀들은 서로를 떠나보내듯이 하나둘 흩어진다. 붉고 노란 빛깔로 물들었던 화려함도 이젠 시들어갈 시간이다. 바람이 스치면 낙엽은 흩날리다 결국 땅에 닿고, 발아래 쌓인 잎더미는 촉촉한 썩은 냄새를 풍긴다. 계절의 순리라지만, 어쩐지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은 인간관계의 단절과 닮아 있다. 서로를 지탱하던 힘이 약해지는 순간, 관계도 낙엽처럼 무너져내리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가족, 친구, 연인, 직장 동료… 그물처럼 얽히고설킨 연결고리들 사이에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고, 의지하고,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중 가장 아프게 남는 상처는 배신이다. 사랑과 믿음으로 쌓아 올린 탑이 한순간에 무너..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