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의 순간
무대는 찰나의 환상이다.커튼이 오르고,조명이 켜지고,음악이 흐르면 현실은 잠시 숨을 고른다. 에드가 드가의 ‘무대 위의 무희’는그 찰나의 마법을 정지된 화면 속에 영원히 붙들어 놓았다.그러나 그 마법은 화려함이 아니라, 그 이면의 고요와 긴장에서 피어난다. 화폭 속, 한 무희가 발끝으로 서 있다.치맛자락은 흩날리고,몸은 바람처럼 가볍지만,그녀의 시선은 어딘가 멀고 단단하다.그것은 관객을 향한 시선이 아니다.오히려 내면을 향한 집중,혹은 극도로 훈련된 자세의 결실이다.이 무희는 소녀가 아니다.그녀는 노동자이며,예술가이며,삶의 무게를 지닌 존재다. 드가는 무희들을 수없이 그렸다.그는 무대 위 찬란한 순간보다,그 이면의 기다림,연습,피로에 더 많은 시선을 주었다. 그에게 발레는 아름다움의 정점이 아..
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