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켜진 창 안에 고독은 더 뚜렷하다
유리창은 투명하지만 벽보다 더 단단한 거리감을 품는다.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나이트 호크스(Nighthawks)’ 속,늦은 밤의 식당 창문은 마치 세상의 모든 외로움을 가둔 어항 같다. 그 속엔 세 명의 손님과 한 명의 점원이 있지만,그들 사이에 흐르는 정적은 사막보다 넓고,북풍보다 싸늘하다. 호퍼는 붓으로 소리를 지운다.대화도 없고,눈빛조차 닿지 않는 인물들은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하지만,실은 모두 안을 향해 침잠한다. 여인의 빨간 드레스는 이 밤의 고요를 찢을 듯하지만,오히려 그녀의 고독을 강조하는 불씨처럼만 느껴진다.마치 사랑도,욕망도,꿈도 잃고 이제는 단지 깨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지키는 이들.그들은 ‘밤을 새우는 사람들’이 아니라,‘깨어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그림 밖의 ..
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