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하루
오늘 문득,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특별히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기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 평범한 하루인데도,
마음은 텅 빈 듯한 기분이 든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이상했다.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은 여느 때처럼 밝았고,
커피 머신에서 풍겨오는 향도 익숙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어딘가 멀게 느껴졌다.
마치 내가 이 공간에 있지만, 동시에 이 공간에 속하지 않는 듯한 묘한 기분이었다.
일상은 늘 그렇듯 흘러갔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며 나도 모르게 그들 속에 섞여들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혼자라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다.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며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었지만, 모든 말들이 공중에서 휘발되는 듯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도, 웃음소리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닿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손을 꼭 잡은 연인과 함께 걷고 있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친구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저 사람들도 가끔은 내게 찾아온 이 공허함을 느낄까? 아니면 그들은 저 순간만큼은 온전히 충만함을 느끼고 있는 걸까?
공허함이라는 감정은 참 묘하다. 그것은 슬픔이나 외로움과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지만,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마치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안개처럼, 그 정체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일부러 한 정거장 먼저 내려 천천히 걸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길게 드리워진 나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공허함도 결국 지나갈 것이다. 마치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처럼, 이 감정도 언젠가는 사라지고 다시 평온한 일상이 찾아올 것이다. 어쩌면 공허함도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주는 감정일지도.
집에 도착해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 하나 없는 하늘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묘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공허함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억지로 밀어내려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오늘 하루는 이렇게 공허한 날이었다고,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속삭였다. "괜찮아, 내일은 조금 더 괜찮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