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쉼터/그림쉼터

황금 빛 사랑

찐박사 2025. 6. 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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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마저 멈추는 순간,

사랑은 때때로 찬란하고, 때때로 잔혹하다.

그러나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키스’*는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황금으로 봉인해 버린 듯하다.

 

두 연인이 맞닿은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시간은 숨을 멈추고,

공기조차 황금빛으로 일렁인다.

그림 속 남자는 여인을 감싸 안는다.

손끝은 조심스럽고도 단단히 여인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다.

 

키스 (The Kiss, 1907-1908)

 

 

세상과 단절된 듯, 다만 그 입맞춤 하나에 모든 것을 맡긴다.

그 입맞춤은 소리 없는 서약이며,

언어보다 깊은 감정의 증명이다.

황금의 바탕 위에 두 사람은 꽃으로 둘러싸인 채 있다.

현실을 초월한 듯, 마치 꿈결 같은 그 공간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성소(聖所)처럼 느껴진다.

 

그곳에서는 슬픔도 두려움도 닿지 못하고,

오직 이마에 닿는 입술의 온기만이 존재한다.

클림트는 사랑을 신성하게 그렸다.

육체는 장식적이면서도 관능적이고,

그 형태는 마치 하나의 문양처럼 융합된다.

 

 

생명의 나무

 

 

남자의 옷엔 강렬한 직선과 네모,

여자의 옷엔 부드러운 곡선과 꽃무늬.

서로 다른 존재가 맞닿아 조화를 이루는 그 미묘한 경계,

그곳이 바로 사랑의 자리다.

 

이 그림은 단순한 키스가 아니다.

그것은 간절함이며, 기다림이며, 구원이다.

사랑은 말로 채워지지 않는 것을 포옹으로 감싸 안는 일이며,

차마 말하지 못한 것을 입맞춤 하나로 전하는 용기다.

그림 속 남자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입술은 말한다.

 

“당신이기에, 이 순간이기에, 나는 온 존재를 다해 머문다.”

 

그리고 여인은,

그 말 없는 고백을 조용히 받아들인다.

꽃밭 위에 무릎 꿇은 채, 모든 방어를 내려놓고

그의 품 속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Gustav Klimt, Emilie Flöge, 1902, Wien Museum, Vienna, Austria.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황금빛 순간이 되고 싶어 한다.

영원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한순간이라도, 시간이 멈출 만큼의 사랑을 꿈꾼다.

 

클림트는 말한다.

“그 사랑은 존재했다.

그리고 그것은 충분했다.”

 

황금빛 사랑의 장막 아래,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입 맞춘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은 사라지고

단 하나의 시간이 흐른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정지.

 

 

 

아델 블로흐 바우어 1세의 초상화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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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haikovsky - Waltz of the Flowers

https://youtu.be/QxHkLdQy5f0?si=6MeBq78x4Qpz2P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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