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쉼터/그림쉼터

기억의 지속

찐박사 2025. 6. 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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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녹아도, 그날의 감정은 그대로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말 그대로

시간의 본질을 물리적으로,

그리고 감각적으로 변형시킨 작품이다.

그림 속 시계는 더 이상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가 아니다.

녹아내리고 늘어져서 기하학적 형태를

잃은 시계들은

마치 흐르는 액체처럼,

시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기억의 지속, 1931

 

달리는 시간을 이렇게 변형시킴으로써

우리가 지나쳐온 순간들이 얼마나 가변적이고 불확실한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모습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진실을 발견한다.

 

시간은 녹아내릴 수 있어도,

그 시간 속에서 우리가 느꼈던 감정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흐릿해지고 부서지는 건 시간일지 몰라도,

그날의 감정은 여전히 선명하고,

어떤 시계도 그것을 지울 수 없다는 것.

시계는 늘어져도,

우리는 그날의 기쁨과 아픔,

그 고유한 순간을 기억한다.

 

우리는 종종 시간에 쫓겨 살아간다.

급히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늘 다음을 준비하며 살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가버리면

그 순간에 우리가 느꼈던 감정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믿곤 한다.

 

하지만 달리의 시계는 그것이 틀렸음을 증명한다.

시간은 흘러가도, 우리가 그 안에서 느꼈던 감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여전히 남아 있다.

 

기억 지속의 붕괴, 1952-54

 

그것이 바로 인간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시간은 지나간다, 시계는 고장이 나고,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지만,

우리가 한때 느꼈던 감정은 결코 물러나지 않는다.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달콤하게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그 감정들이 쌓여,

우리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기억의 지속’은 말 그대로

기억이 지속되기를 원하고,

그 속에서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준다.

우리의 마음속에서 과거는 여전히 살아 숨 쉬며,

기억은 그 감정을 붙잡고 늘어져 있다.

시계가 녹아내리듯, 시간은 그저 지나가고,

우리는 그 안에서 무엇을 느꼈는지를 기억한다.

 

 

Great Masturbator, 1929

 

어쩌면 그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지울 수 없는 것들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사랑, 우리의 상처, 우리의 기쁨.

그날의 웃음, 그날의 눈물.

 

그 모든 것이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달리는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간이 녹아내린다고 해서

그것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감정과 함께

우리의 시간을 계속해서 살아가면 된다.

그 감정은 녹지 않으니까.

 

그것이 바로 달리가 우리에게 남긴,

시간을 넘어서 존재하는 기억의 가치다.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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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 발라드 1번 g단조 op. 23

https://youtu.be/mxx_WcjV5U8?si=AH7dO7IYLSf0IS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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