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의 질서
혼돈 속의 질서,
도시의 숨결처럼 뛰는 심장.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다.
장 미셸 바스키아의 Untitled (1981)는 그림이라기보다,
한밤중 도시의 심장을 찍은 사진 같았다.
울퉁불퉁한 선,
튀어나온 눈,
찢긴 해골,
퍼붓는 원색들.
그 안엔 질서도, 안정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혼돈은 무너진 풍경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 있는 것들의 숨결을 품고 있었다.

그림 속 인물은 해골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죽음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다는 감각이 너무도 격렬하여,
그 껍질이 다 드러나 버린 것 같다.
마치 도시 한복판에서 고함을 지르는
청춘처럼, 울고, 웃고, 욕하고, 질문한다.
바스키아는 한 붓 한 붓에 숨을 새겨 넣는다.
그의 선은 곧 말이고,
그의 색은 상처이며,
그의 인물은 자화상이다.

그는 거리에서 시작했다.
낙서와 그라피티,
벽에 적힌 단어와 기호들.
그의 언어는 정제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진실했다.
바스키아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사회의 불균형,
흑인의 정체성,
도시의 폭력과 자유를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직접적 구호가 아니다.
오히려 암호 같고,
리듬 같고,
재즈처럼 울퉁불퉁한 울림이다.

그래서 Untitled는 제목이 없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름을 담고 있는 그림이다.
누구든 거기서 자신만의 소리를 듣는다.
나는 그 혼돈 속에서 질서를 느낀다.
바스키아는 파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숨겨진 구조를 드러냈다.
격렬한 선 사이에도 리듬이 있고,
어지러운 색 속에도 중심이 있다.
그것은 마치 도시와 같다.

지하철 소음,
네온 불빛, 욕설과 속삭임이 뒤섞인 거리.
바스키아는 그 거리의 소리를 그대로 화폭에 옮긴 것이다.
그렇기에 이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에 가깝다. 들려온다.
숨 가쁜 청춘의 심장 소리가,
불안과 분노와 희망이 섞인 맥박이.
나는 문득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내 안의 Untitled는 무엇인가.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들,
정돈되지 않은 기억들,
설명할 수 없는 불안들.
우리는 모두 하나의 바스키아를 품고 산다.
혼란스럽고 지저분하지만,
그 안에 진짜 나의 목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는 고요 속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소란 속에서,
도시의 심장처럼 뛰며 존재를 증명한다.
바스키아는 오래 살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아직도 숨을 쉰다.
그것은 고통이자 기쁨이고,
저항이자 사랑이다.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피어난 진실. *Untitled (1981)*는
그렇게,
오늘도 우리에게 말없이 외친다.
“너는 살아 있는가? 너의 심장은 지금, 뛰고 있는가?”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https://youtu.be/_XL9uAp1E58?si=LdtpvbN1EH52fg6s